Camel (카멜) - Long Goodbyes (롱 굿바이)

제가 고교생이었던 90년대 말, kbs 에서 ’학교’ 라는 드라마를 했었습니다. 당시엔 화제가 됐던 드라마여서 출연했던 10대 배우들은 꽤나 이름을 알렸습니다. 지금 기억나는 이름으론 김민희나 장혁 정도지만 이래저래 나온 사람들도 꽤 많았고 다들 당시에는 아쉽지 않은 지명도를 갖게 됐습니다. 한마디로 하이틴 스타들의 등용문이었습니다. 다만 예전 방송하던 사람들의 표현을 빌리자면 연출이 아주 짜치는, 당시의 방송 수위 상 어쩔 수 없는 한계라고 하기에도 학교폭력, 따돌림, 과경쟁 같은 민감한 소재를 단편적인 시각으로 밖에 표현하지 못한 한계도 분명 보였습니다. 이런 이야기들 중에 시작 장면부터 이른 아침 학교에서 한 학생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씬으로 시작하는 에피소드가 있었습니다. 그 학생의 시신이 발견될 때 이어폰을 꽂고 있었는데 마지막까지 이어폰에서 흘러나오던 노래가 바로 이 노래, 카멜의 ’롱 굿바이’ 였습니다. 학교 내에선 이 노래가 자살가로 알려지며 유행을 타게 되고 베르테르 효과를 우려한 교사들은 어떻게든 이 곡을 못 듣게 막으려는 내용이었습니다. 평소와 다르게 이 에피소드는 반항기 어리고 매력 넘치는 주연 배우들이 거의 나오지 않고 평소 잘 안보이던 조연들이 얘기를 진행해서인지 케릭터보다 에피소드 자체에 대한 몰입도가 높았습니다. 세상을 등진 여학생의 남겨진 친구가 그 이유를 찾기 위해 여학생의 마지막 발자취를 따라가다 결국 여학생이 남긴 비디오 테입을 발견합니다. 그 비디오에 담긴 친구의 먼저가서 미안하다는 독백과 함께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며 에피소드는 끝이납니다. 학교라는 드라마의 평소 내용과는 너무 달랐고, 무엇보다 제가 이 노래를 처음 알게 된 날이었습니다. 과거에도 그리 유행하던 노래도 아니고 시간도 꽤 지난 팝송을 드라마 내내 흐르게 한 고집은 분명 이 에피를 맡은 연출부의 의지였다고 지금도 생각합니다. 평소 내용도 아닐 뿐더러 인기 많던 주연들도 배제한 채 학생의 자살이라는 주제를 따라 진행되는 낯익지만 조금은 우울한 이야기. 제대로 본 것도 아니고 단 한 번 스치듯 봤음에도 잊을만하면 가끔씩 지독하게 생각나곤 합니다. 노래, 드라마, 둘 다. #Camel #LongGoodbyes #유토피아를꿈꾸며잠들다 * 영화는 ’Lost in Translation’ 입니다.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 * 조금 쉬었다가 9월에 오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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